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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은 경험 vs. 안 좋은 경험, 무엇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까? –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기억의 비밀

maniz 2025. 6. 13. 13:51

우리는 살아가면서 수많은 경험을 하게 됩니다. 그중에는 기분 좋은 순간도 있고, 상처받거나 힘들었던 기억도 있죠. 그런데 문득 이런 생각이 들 때가 있습니다.
“왜 좋은 기억보다 안 좋은 기억이 더 오래, 더 선명하게 남는 걸까?”
오늘은 이 질문에 대해 심리학적 근거와 함께 쉽고 합리적으로 풀어보려 합니다.

 

경험의 저장

경험은 뇌의 특정 한 부분에만 저장되는 것이 아니라, 여러 뇌 부위가 서로 협력하여 저장됩니다. 특히 중요한 역할을 하는 주요 뇌 부위는 다음과 같습니다.

해마(Hippocampus): 새로운 경험을 받아들이고, 단기기억을 장기기억으로 전환하는 데 핵심적인 역할을 합니다. 해마가 손상되면 새로운 경험을 장기 기억으로 저장하기 어렵게 됩니다.

대뇌피질(Cerebral Cortex): 다양한 종류의 장기 기억이 대뇌피질의 여러 영역에 분산되어 저장됩니다. 예를 들어, 언어, 시각, 공간, 의미 기억 등은 각각 피질의 다른 부분에 저장됩니다.

편도체(Amygdala): 감정과 관련된 경험, 특히 두려움이나 기쁨 등 감정적으로 강렬한 기억을 저장하는 데 중요한 역할을 합니다.

소뇌(Cerebellum): 운동 기술이나 습관과 같은 절차적 기억이 저장됩니다. 예를 들어, 자전거 타는 법, 악기 연주법 등이 여기에 해당합니다.

전방 시상(Anterior Thalamus): 최근 연구에 따르면, 전방 시상도 중요한 경험을 오래 저장하는 데 관여하며, 특히 감정적으로 의미 있는 기억을 선별해 장기 저장에 기여합니다.

또한, 경험이 기억으로 저장되는 과정은 뉴런과 뉴런 사이의 연결(시냅스)이 강화되는 방식으로 이뤄지며, 기억은 뇌 전체에 네트워크 형태로 분산되어 저장됩니다. 즉, 경험은 해마에서 일시적으로 저장된 후, 시간이 지나면 대뇌피질 등 여러 부위로 옮겨져 장기기억으로 정착하게 됩니다.

 

안 좋은 경험이 더 오래 남는 이유: 부정성 편향
심리학에는 "부정성 편향(negativity bias)"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. 이는 인간이 긍정적인 경험보다 부정적인 경험을 더 강하게, 더 오래 기억하는 경향을 말합니다.

진화적 이유
먼 옛날, 위험한 상황이나 아픈 경험을 잘 기억하는 것이 생존에 유리했습니다. 예를 들어, 독이 있는 열매를 먹고 아팠던 기억을 잊지 않아야 다시 같은 실수를 하지 않겠죠.

감정의 강도
부정적인 감정은 긍정적인 감정보다 더 강렬하게 느껴집니다. 그래서 실수, 실패, 창피함, 상처받은 경험이 더 또렷하게 남는 경우가 많습니다.

뇌의 작용
뇌에서 감정을 담당하는 ‘편도체’는 부정적인 자극에 더 민감하게 반응합니다. 그래서 부정적인 경험이 뇌에 더 깊이 각인되는 것이죠.

좋은 경험도 오래 남길 수 있다
그렇다고 해서 좋은 경험이 쉽게 잊혀진다는 뜻은 아닙니다. 오히려 의도적으로 좋은 기억을 떠올리고 기록하면, 긍정적인 경험도 오랫동안 간직할 수 있습니다.

감사일기 쓰기
매일 감사한 일을 적거나, 행복했던 순간을 기록하면 뇌가 긍정적인 경험을 더 잘 저장하게 됩니다.

공유와 회상
좋은 경험을 자주 이야기하거나 사진으로 남기고, 친구·가족과 함께 떠올리면 기억이 더 오래갑니다.

결론: 기억은 선택과 훈련의 결과
자연스럽게는 안 좋은 경험이 더 오래 기억에 남는 경향이 있습니다. 하지만 좋은 경험도 의식적으로 떠올리고 기록하면 충분히 오래, 선명하게 남길 수 있습니다.
결국, 어떤 기억을 오래 간직할지는 우리의 선택과 습관에 달려있다고 할 수 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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